2019. 12. 28. 05:31ㆍ좋은 글, 영화
1805년 나폴레옹 전쟁 당시 안드레이 볼콘스키와 니콜라이 로스토프는 러시아를 위해 전쟁에 참가했지만 아우스터리츠에서 러시아군은 크게 패하고 만다. 한편 안드레이의 친구 피에르는 외국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자기 아버지인 베주호프 백작의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는다. 아우스터리츠 전투에 참가한 안드레이는 부상을 입고 인사불성에서 깨어난다. 곧 나폴레옹의 목소리를 듣고 혼수 상태에서 깨어난 그는 눈에 비치는 끝없는 가을 하늘에서 영웅적 행위의 덧없음을 깨닫고 귀향하지만, 아내를 산후병[2]으로 잃게 된다. 한편 나폴레옹의 찬미자인 전도양양한 피에르는 부정한 아내 옐레나와의 결혼 생활에 좌절하여, 결투 사건 뒤 프리메이슨 교리에 끌리기도 하고 영지농민 해방사업에도 참여해 보았으나 모조리 신통치 못했고 인생에 대한 회의는 더욱 심해진다. 이러한 역경 속에서 인생에 대한 불신에 빠지는 두 주인공에게 다시 생활의 활력을 불어넣는 사람이 로스토프가의 나타샤[3]이다.
그녀는 태양과 같은 광원으로서 이야기에 등장하여 다양하고 비약적인 힘을 구사해 삶의 순간에 무한한 의미를 부여한다. 이른 봄 여행 도중 로스토프가에서 하룻밤을 묵던 안드레이는 그날밤 계단 아래에서 들려오는 나타샤의 노래 소리에 매혹되고, 이튿날 아침 뜰에서 멀리 달려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엿보고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삶의 약동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생활의 의미를 완전히 잃었던 안드레이는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안드레이는 반대하는 아버지의 조건[4]인 일년후 결혼을 나타샤에게 약속하지만 그 동안 나타샤는 바실리 공작의 파렴치한 아들-이미 기혼자로 결혼사실을 속인 바람둥이-인 아나톨리의 유혹에 빠져 그와 도망가려다가 실패하고 약혼이 깨진다.
그후 나폴레옹은 러시아를 침공하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다시 냉소적이 된 안드레이는 전쟁에 참가해 싸우다가 끝내 큰 부상을 입고 후송되어 우연히 그를 발견한 나타샤의 간호속에서 평온하게 생을 마감한다. 한편 피에르는 황제가 철수한 모스크바에 남아 어리버리 배회하다 나폴레옹군에 붙잡혀 수용소에 들어가 고생하게 되는데 여기서 여러 사람을 만나며[5] 삶에 대한 개혁적 긍정주의의 면모를 갖게 된다.[6] 그 후 피에르는 포로로 끌려가다가 구출된 후 다시 만난 나타샤[7]와 결혼한다.[8] 한편 안드레이의 여동생인 마리아 볼콘스카야는 가난해서 몰락의 지경에 있는 니콜라이 로스토프 백작을 사랑하게 되어 결혼한다.[9] 로스토프가의 장남이지만 백작 생전에는 기울어가는 집안에 도박빚만 더하며 철없이 살았고 백작 사후에는 어설프게 인생의 물결에 쓸려 떠내려가던 니콜라이는 이 결혼으로 살아나는데, 마리아의 농장을 경영하며 농장주로서 의외의 재능을 나타내서 농노에게 "주인님"이라고 인정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