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라마조프

2019. 12. 28. 05:20좋은 글, 영화

표도르 빠블로비치 까라마조프

무신론자쾌락주의자자식을 낳아 놓고 자식이 있었는지도 까먹을 만큼 인류보편적인 도덕심이나 양심이라곤 일절 없고 자신의 쾌락을 위해서는 모욕을 당하는 광대짓마저도 감수하는 극단적인 인물입니다.(도스토예프스키 작품에서 극단적이지 않는 인물을 찾기가 더 힘들지만). 하지만 의외의 영특함도 있어서 무신론자로서 종교를 조롱하는 이야기는 이반 까라마조프가 인정할 정도이죠.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까라마조프

표도르 까마라조프의 첫 번째 부인에게서 낳은 첫째 아들어머니는 집을 나갔다가 객사하고아버지 표도르가 자식에 대해서 전혀 신경도 안 쓰는 사이 남에 손에 의해 길러져서 군인이 되지만 중위로 전역합니다. 아버지와 비슷하게 육체적인 쾌락을 추구하지만 정직함과 명예에 대한 최소한의 도덕심은 남아 있습니다애칭은 미짜.

 

이 소설의 진주인공 격으로 미짜와 표도르 까라마조프 사이의 갈등이 소설의 핵심 서사입니다.

1) 먼저,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산을 사이에 두고 갈등이 있습니다표도르 까라마조프는 씀씀이가 헤픈 드미트리의 생활비로 이미 유산을 다 지급했다는 입장이고 드미트리는 받을 돈이 있다는 입장으로 대립합니다.

2) 그리고 그루센까라는 여자를 사이에 두고 갈등이 있습니다미짜는 까쩨리나라는 약혼녀가 이미 있었지만 소설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한달 전 그루센까라는 여성을 사랑하게 됩니다거의 동시에 그루센까를 좋아하게 된 아버지 표도르는 그루센까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돈 삼천 루블을 준비해놓고 그루센까가 집에 방문하기만을 기다리죠그루센까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아버지와 아들 사이를 놀리는 재미에 빠져서 둘을 농락합니다.

 

삼천 루블

미짜까쩨리나그루센까표도르의 사각관계에서 돈 삼천 루블은 가장 핵심적인 매개체입니다표도르의 능력과 부와 재산을 상징하고 미짜의 무능력과 최소한의 명예와 정직함을 상징하죠.

 

삼천 루블의 전말

미짜는 까쩨리나가 모스크바에 송금하라고 준 삼천 루블을 그루센까와의 하룻밤 파티를 위해 다 써버립니다미짜는 최소한 도둑놈 소리는 듣지 않기 위해서 천 오백 루블은 남겨두고 나머지 천 오백 루블만 탕진하게 되죠. (하지만 천 오백 루블을 감취둔 사실은 아무도 모르고 모든 사람들은 미짜가 삼천 루블을 탕진했다고 알고 있습니다미짜 생각으로는 천오백 루블을 돌려주면 비열한 인간이라고 욕은 먹을지언정 도둑놈은 아니라는 논리이지만 그루센까와의 사랑의 도피를 위해서는 이 천오백 루블이 필요한 상황입니다그래서 미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한달동안 고민하면서 아버지에게서 어머니의 유산으로 삼천 루블을 받아내기 위해 노력하게 되죠.

표도르는 미짜가 받고 싶어하는 삼천루블를 봉투에 넣어놓고 그루센까에게 준다고 이야기합니다그리고 그루센까가 집으로 찾아오기만을 기다립니다그 삼천 루블이 든 봉투의 존재는 표도르의 사생아이자 하인인 스메르쟈꼬프가 유일하게 알고 있었고스메르쟈꼬프가 미짜에게 정보를 흘리게 되죠.

미짜 입장에서는 얼마나 속 터지는 일이겠습니까. 삼천 루블만 있으면 자신의 불명예를 다 씻고 그루센까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할 수 있는데 절대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은 존재인 아버지는 자기가 사랑하는 그루센까를 뺏기 위해 자신의 유산과도 마찬가지인 삼천 루블을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으니까요.(물론 다 미짜 혼자 만의 생각이지만) 결국 미짜는 점점 심리적으로 몰리게 되고, "그 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반 표도르비치 까라마조프

표도르 까라마조프가 둘째 부인에게서 낳은 둘째 아들(둘째 부인의 첫째 아들). 참고로 둘째 부인은 미쳐서 죽습니다형 미짜와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기억 속에서 잊힌 채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좋은 후견인을 만나 교육을 받게 되죠.

냉철한 이성주의자회의론자무신론자입니다교회를 옹호하는 논문을 개제해서 유명해져서 교회 관계자들이 좋아합니다만 사실 그 글은 교회를 교묘히 까는 글이었습니다. 요약하자면 교회법이 없으면 사회법도 소용없다는 내용이었지만(정확히 기억은 안 나네요그 논문의 본질은 한마디로 '신이 없으니 도덕도 없다'입니다.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이러한 회의주의적 사상은 작가의 다른 작품인 죄와 벌의 라스꼴리니꼬프의 사상과 닮아 있죠이반 까라마조프는 라스꼴리니꼬프의 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그 둘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그의 사상은 까라마조프 집안의 사생아인 스메르쟈꼬프에게 극단적으로 전달되어서 결국 "그 사건"에 얽히게 됩니다. "그 사건" 이후 이반은 자신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거의 미쳐버리죠.

이반은 이 소설의 진진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미짜와 더불어 가장 핵심적인 인물입니다특히 그가 극 중에서 지은 대심문관’ 이야기는 소설 속에 소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의 정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알렉세이 표도르비치 까라마조프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지만 실질적으로 하는 일은 각 인물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서사를 소개해주는 역할밖에 없습니다둘째 형 이반과 같이 아버지 표도르의 둘째 부인이 낳은 아들입니다. 20살에 수도사가 되기 위해 마을의 수도원에 들어갔지만 멘토였던 조시마 장로가 죽은 뒤 세속으로 나오게 되죠애칭은 알료샤.

참고로 극의 시점에서 미쨔는 28이반은 24알료샤는 20살입니다미짜는 이반이 태어나기 전에 다른 곳에 넘겨지기 때문에 미짜와 이반알료샤가 같이 살아본 적이 없는 반면 ,이반과 알료샤는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의 집에서학창시절에서 후견인의 집에서 같이 지냅니다.

까라마조프적인 성격과 그가 자란 배경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성품의 소유자입니다태어날 때부터 모든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는 패시브 스킬을 가지고 태어나죠독실한 정교회 신자로서 도덕과 양심정직함의 힘을 믿습니다소설의 인물 중 거의 유일하게 진심으로 형인 미짜를 사랑하고 지지해주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스메르쟈꼬프

까라마조프 집안의 유일한 사생아까라마조프의 동네에는 유명한 광년이 있었는데 이름은 스메르쟈쉬차야입니다어느 날 밤스메르쟈쉬차야가 까라마조프 집의 높은 담을 뛰어넘어 별채 욕실에 들어와 죽어가고 있는 걸 집안 하인 그리고리가 발견하게 됩니다그녀는 임신한 상태였는데 아이를 낳고 죽습니다. 마을에는 그 아이의 아버지가 표도르 빠블로비치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표도르는 그 아이를 내치지 않고 길러 줍니다. 표도르는 스메르쟈꼬프를 하인으로 삼고 그리고리 부부와 함께 별채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요리에 재능을 보이자 표도르가 요리 유학을 보내 집안의 요리사를 시키게 되죠. 스메르쟈꼬프는 어릴 때부터 간질이 있었는데 간질 발작을 할 때면 표도르도 걱정할 정도로 의외의 관심을 받습니다.

니힐리즘의 극단적인 형태를 가진 염세주의자입니다어릴 적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동물을 죽이는 등의 사이코패스적인 기질이 있었죠. 형이나 아버지 앞에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멍청한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사실 소설 속에서의 지능 순으로 따지면 이반과 더불어 단연 탑입니다오히려 이반을 도덕적인 함정에 빠트리고 자신을 변증하는 장면만 보면 이반을 압도하죠.

작가의 전작 죄와 벌의 악마적 실체의 현현인 스미드리가일로프와 마찬가지로 이 소설에서 악마적 인물은 바로 스메르쟈꼬프라고 할 수 있습니다스미드리가일로프는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꼴리니꼬프의 사상의 악마성을 구현한 인물이죠. 라스꼴리니꼬프의 사상을 간단히 요약하면인간은 범인(평범한 사람)과 비범인으로 나눌 수 있고 비범인은 인류 역사의 진보를 위해 도덕적 제한 없이 어떠한 행동도 허락된다는 것입니다(예를 들어나폴레옹). 스미드리가일로프는 육체적 쾌락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지 할 수 있는 악마성의 구현이라면 스메르쟈꼬프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의 염세주의의 극단을 달리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죠. 그 사상에서 보여질 수 있는 가장 진화된 형태의 악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인물소개를 하고 나니 "그 사건"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네요. "그 사건"은 까라마조프 가의 모든 인물들 사이의 부조리한 관계가 얽히고 얽혀서 나타나게 된 소설의 가장 핵심 사건입니다. 줄거리 요약 편에서 서술하려고 했는데 일단 "그 사건" 전말 정도만 간략히 언급하겠습니다.


친부 살해 사건의 전말

평소 미짜는 아버지를 죽일 거라는 말을 떠들고 다닙니다실제로 그런 편지를 까쩨리나에게 쓴 적도 있죠(나중에 법정에서 상당히 불리한 증거로 채택됩니다)유산 상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시마 장로의 암자에서 성사된 회담을 표도르가 광대짓으로 깽판쳐서 모욕을 당한 후 저녁집에서 아버지를 팬 적도 있습니다(이미 후레자식이나 마찬가지).

친부살해가 있던 날 밤알료샤는 수도원에 있었고이반은 그날 아침 아버지의 부탁을 듣고 체르마쉬나라는 동네로 떠납니다(하지만 생까고 모스크바로 고고씽). 스메르쟈꼬프는 이반에게 간질발작을 예고한 후 진짜 간질을 일으켜 드러누워있었습니다. 별채의 하인 그리고리는 아파서 드러누웠고 그의 아내는 남편이 아플때마다 하는 이상한 민간요법을 시행후 똑같이 드러누워있었습니다. 한마디로 그날 밤 표도르 까라마조프의 상황에 신경쓸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죠.

미짜는 그 전날부터 삼천 루블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니다가 실패하고 그루센까에게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그루센까가 집에 없자 아버지 표도르한테 간 것으로 착각하게 되죠. 그루센까 집에 있던 절구공이를 충동적으로 집어 들고 아버지의 집으로 칩입합니다.

표도르는 그루센까가 집으로 찾아올 것을 대비해 둘만의 신호(창문 두드리기)를 만들어 두었는데 그 신호는 스메르쟈꼬프만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짜의 정보원 역할을 하던 스메르쟈꼬프는 미짜에게 가르쳐 주죠. 그 날 밤, 아버지를 찾아간 미짜는 그 신호로 아버지가 창문을 열게 만듭니다. 아버지를 본 미짜는 증오의 감정이 솟아오르지만 그 순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소설에서도 생략하고 넘어갑니다.

도망가던 미짜를 우연찮게 깨어난 그리고리가 발견하고 잡으려고 하지만 미짜가 휘두른 절구공이에 머리를 맞고 쓰러집니다. 미짜는 담을 넘으려다가 그리고리의 생사를 확인하고 살인을 저질렀다는 죄책감에 빠지게 되죠. 아버지의 집에 그루센까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던 미짜는 다시 그루센까의 집으로 가서 그루센까의 행방을 묻는데, 여자 하인이 그루센까가 5년 전 떠난 폴란드인 약혼자가 되돌아와 그를 만나러 갔다는 얘기를 합니다. 절망한 미짜는 그 길로 술과 안주를 사들고 자살을 하기위한 권총을 소지한 채 그루센까가 묵고 있는 여관으로 가죠. 거기서 마지막 파티를 벌이고 죽으려는 생각이었지만 의외로 폴란드인은 찌질했고, 오히려 미짜와 그루센까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러나 동이 틀 무렵 검사와 예심판사, 경찰서장이 들이닥쳐서 미짜를 체포합니다. 미짜는 아버지를 죽인 적도 없고 아버지의 돈도 강탈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고 모든 증거가 미짜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요즘 말로 빼박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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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라마조프가(家)의 가장 표트르 : 골수까지 광대 근성이 밴, 미천한 계급으로부터 입신양명한 사람으로 탐욕스럽고 음탕하기 이를 데 없는 지주였다.
  • 장남 드미트리 : 부친의 음탕방자한 피를 이어받아 청년의 정열에 탐닉하여 이를 전혀 제어할 수가 없다. 그런가 하면 풍부한 시적 감수성이 뛰어나 영원한 것에 대한 순진한 동경심을 품고 있다.
  • 차남 이반 : 철저한 무신론자·합리주의자이다. 그의 왕성한 지적 탐구는 "불사(不死)란 없다. 따라서 모든 것은 허용되고 있다"고 하여 도덕적 허무주의를 도출해 낸다.
  • 서자 스메르자코프 : 간지(奸智)에 뛰어난 비열한으로 이반의 심오한 이론에 대해 자기 나름의 비속한 해석을 내리고 유산을 한몫 차지할 생각에서 부친살해를 결행한다.
  • 막내아들 알료샤 : 종교심이 두터운 순결 유화한 사람으로 그의 맑고 선의에 찬 마음은 타인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동정에 넘쳐 있다.

아버지 표트르는 고리대금업으로 돈을 번 졸부지만, 탐욕스럽고 방탕하게 살면서 3명의 아내에게서 4명의 아들을 얻었다.
서자 스메르자코프는 집에서 하인으로 일하면서 아버지로부터 받는 차별 때문에 아버지 표트르를 증오한다.
또한, 아버지 표트르와 아들 드미트리는 그루셴카를 사이에 두고 애욕의 투쟁을 벌인다.
한편, 드미트리는 동생 이반과 함께 두 여성 카테리나와 그루셴카와 사랑와 질투의 관계를 형성한다.
어느날, 드미트리는 돈문제에 쪼들리면서 아버지와 몸싸움까지 하며 다툰다.
그리고 표트르는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채 발견된다.
서자 스메르자코프가 진범이었으나 살해되던 날 간질 발작을 일으켰기 때문에 의심을 받지 않게 된다.
결국 장남 드미트리는 살인범으로 체포, 투옥되고 재판을 받게 된다.
차남 이반의 추궁을 받던 스메르자코프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털어놓지만, 이반이 말했던 "신만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라는 사상이 자신의 범죄를 부추겼다는 말을 남기고 자살한다.
더군다나 드미트리가 카테리나에게 보낸 편지에 '평소 아버지를 죽이고 싶었다'라는 내용이 공개되면서, 그는 마음 속으로 저지른 살인도 살인과 같다는 생각을 하며 자기 죄를 인정하고 유죄 판결을 받고 시베리아 유형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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