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

2019. 12. 28. 05:34좋은 글, 영화

가난하게 살지만, 성실한 농부인 주인공 왕룽은 성 안에서 가장 부자인 황씨 댁 여종 오란을 아내로 맞이한다. 오란은 외모는 보잘 것 없지만[4] 알뜰하고 강직한, 전형적인 농부의 아내 감이었다. 선천적으로 부지런한 농부인 왕룽과 오란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 생활에 점점 여유가 생기자 황씨 댁 전답을 사들이기도 한다. 그들 사이에 네 번째 아이가 태어날 무렵,[5] 큰 가뭄이 들어 무서운 굶주림이 시작되자 왕룽 일가는 오란의 의견에 따라 남방으로 떠난다.

남방으로 내려간 일가는 왕룽은 인력거를 끌고, 오란은 나머지 식구들과 함께 구걸을 하며 겨우겨우 살아나간다. 고향에 있을 때와 비교하면 그나마 굶지나 않을 뿐, 객지 생활도 궁핍하고 어렵기는 마찬가지인 상황.[6] 어느 날 일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둘째 아들이 푸줏간에서 고기를 훔쳐온 것을 본 왕룽은 이대로는 아이들이 도둑놈으로 자라겠다는 걱정에 고향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먹지만 오늘 벌어 오늘 먹고 사는 처지인지라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중 주변에서 전쟁이 일어나면서 피난을 간 도시에도 불경기가 닥쳐 공황이 일어나고, 빈민들이 들고 일어나 부잣집들을 습격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왕룽과 오란은 군중 틈에 끼어 한 부잣집에 들어갔다가 뜻밖에도 많은 돈과 보석을 손에 넣게 되고,[7] 고향으로 돌아와 황씨 댁의 남은 땅을 모두 사들여 큰 부자가 된다.[8] 그러나 왕룽은 재산을 불리고 땅을 많이 구입해 소작인들을 부리면서 자식들을 교육시키고 성내 다방의 연화(렌화)라는 기생을 첩으로 맞아들이는 등 농사일에서 점점 멀어져간다. 연화는 왕룽의 둘째 아내로 시집오면서 몸종 겸 식모로 두견(뚜챈)도 데려오는데, 이는 연영을 첩으로 들인 것보다도 더 왕룽의 집안에 불화를 일으키게 된다. 연화는 오란에게 생판 모르는 남이었지만, 두견은 오란이 황씨 집에서 종살이하던 시절 황씨 집 주인영감의 총애를 등에 업고 오란에게 횡포를 부린 경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란은 남편이 젊고 예쁜 첩을 맞이한 사실을 알고 가슴앓이하며 나날을 보냈고, 그동안의 고생이 겹쳐 극도로 쇠약해진 오란이 끝내 고생스러웠던 한평생을 마치자 그제야 왕룽은 오란이 이 집에서,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를 깨닫는다.

이후 도적 집단의 두목급임을 슬쩍 내세워 일가를 위협하던 작은 아버지와 말썽꾸러기 사촌에게 골치를 썩이던 왕룽은 첫째 아들의 제안에 따라 이제는 셋집이 된 황씨 댁 저택으로 집을 옮기고, 넓은 저택에서 지난날을 회상하며 고독 속에서 지내다가 결국은 젊고 어여쁜 종 이화(리화)를 첩으로 삼고 외로움을 달랜다. 이화는 왕룽의 둘째 아내 연화의 시중을 드는 종이었고 흉년에 그 아버지가 은 20냥에 왕룽에게 팔았는데, 난봉꾼인 왕룽의 사촌 아우에게 희롱당할 위기에서 구해 왕룽 곁에 잠시 두었다. 사실 이화는 왕룽에게 첩이라기보다 양딸 같은 존재이다. 이화 역시 아버지한테 하는 것처럼 왕룽에게 매달렸다.[9][10] 큰 아들은 그의 뒤를 이어 대지주가 되고, 둘째 아들은 거대한 상인이 되며, 막내아들은 집을 뛰쳐나가[11] 남방의 군벌에 입대해 군인이 된다. 어느 날, 훌륭한 관을 준비해놓고 죽을 날을 기다리던 왕룽은 두 아들이 토지를 팔려고 의논하는 것을 듣고 크게 노한다. 그러나 두 아들은 비웃음만 흘릴 뿐이다. 아버지 앞에서는 안 판다고 얼버무리고 뒤로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싱긋 웃는다.

'좋은 글,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활  (0) 2019.12.28
레 미제라블  (0) 2019.12.28
전쟁과 평화   (0) 2019.12.28
안나 카레니나  (0) 2019.12.28
까라마조프  (0) 2019.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