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6. 06:24ㆍ좋은 글, 영화
낙제 목사
사기치는 목사가 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왜 자꾸 약장사 같은 목소리로
과장을 하게 되는 걸까?
다정다감한 목사가 되어야지 하면서도
왜 무뚝뚝하고 내가 보기에도 험한 인상으로
사람들을 대하게 되는 걸까?
양떼들을 진심으로 아끼며 돌보는
선한 목자가 되어야지 하면서도
왜 건성건성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걸까?
하나님 눈치 보며 살아야지 하면서도
사람 눈치 보다가 사람 꾀임에 빠져
골탕먹고 마음 상해 하는 걸까?
돈에 욕심없는 목사가 되어야지 하면서도
결국은 속물근성의 인두겁에서 벗어나
자유롭지 못한 걸까?
연하디 연한 쑥처럼 고용한 성품을
가져야지 하면서도
왜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성을 내고 요란하게 되는 걸까?
아, 빈 듯하여라
허 한게 속이 빈 듯하여
아, 영락없는 나는 낙제 목사다
얼치기 목사다
좋은나무교회 박철 목사의
삶과 종교의 혼을 꿰뚫고 흐르는 뜨거운 에스프리
“내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를 위해 아량을 베푸는 너그러운 사람, 그래서 언제나 은은한 향기가 풍겨져 나오는 사람, 그런 너그러운 사람을 만나 함께 있고 싶어진다.”
이 책 『목사는 꽃이 아니어도 좋다』를 읽어 보면 박철 목사가 만나고 싶어 하는 그런 사람은 바로 저자와 같은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출세와 성공을 위해서는 남을 눌러야 하는데, 이는 목회자도 예외가 아니다. 울창한 숲과 초록의 풀이 풍성한 목양지를 마다할 목자가 누가 있으며, 자진하여 황량한 광야로 들어가고자 하는 목회자는 또 얼마나 되는가? 이처럼 거대하고 웅장한 성전이 목회 성공의 표상이 되는 오늘날에 그의 관심은 전혀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작은 게 좋아 /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 작은 게 좋아 … 작으면 작은 대로 의미가 있고 / 생명이 있으면 되는 것이지 / 그 속에 무한한 바람이 있고 / 어디서도 맛 볼 수 없는 평화가 있으니 / 나는 작은 게 좋아 / 나는 작은 게 훨씬 마음 편하고 좋아” - 박철, 작은 게 좋아 中 -
맑은 하늘과 너른 대지, 자연을 이루는 작은 꽃들과 풀 한포기, 벌레 먹은 열매, 그리고 그것들을 닮은 사람들이 그의 관심을 끄는 주제들이다. 그것들은 어쩌면 너무나 작고 보잘것없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저자는 그것들이 들려주고 풍기는 세밀한 소리와 냄새에 몸을 기울인다. 많은 사람들이 무심히 밟고 지나쳐 버린 그것들 속에서 사랑과 평화와 생명을 찾느라 정작 그는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다.
현실과 역사, 존재와 본질의 괴리도 그에게는 다름없이 중요한 문제였겠지만 그 판단의 기준은 어김없이 자기의 양심과 예수의 사랑임을 목격하게 된다. 우리가 소홀하게 여겼던, 그러나 근원적인 사유가 바로 양심과 사랑이 되어야 함을 드러내고 있다.
여느 목회자들처럼 물리적인 증거물로 자신의 고단함을 드러내 보일만도 한데, 그는 지천명에 이르기까지 10년 동안의 수많은 부침(浮沈)을 견뎌낸 은혜를 자연의 덕으로 돌리고 있다. 그렇게 하여 찾아내고픈 것은 자연을 닮은 얼굴이고, 하늘의 향기를 품어내는 사람이었다는 고백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인다. 그런데 그는 모르는가 보다, 그 모습이 바로 그 자신인 것을. 이 글을 만나는 사람마다 그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흔들리며 피워 낸 아름다운 사랑’
‘바람과 비에 젖으며 일궈낸 따뜻한 삶’
“예나 지금이나 그의 글과 삶에서 떠오르는 한 단어는 ‘흔들림’이다.
하늘과 땅, 성聖과 속俗, 역사와 현실, 본질과 실존 사이를 오가며 그는 괴로워하고, 우왕좌왕하고, 마구 요동친다. 때론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목회 현장에서 만난 힘없고 가난한 작은 이들에 대한 연민으로, 이 민족의 아픈 역사의 언저리에서 심하게 흔들린다. 그의 흔들림은 늘 ‘대책 없음’, ‘무모함’을 동반한다. 왜 그럴까? 지독한 연민과 정직성, 진리에 대한 순진무구한 집착 등이 병인 것 같다. 허나 그렇게 흔들리면서도 절묘하게 균형을 잡고 조화를 이루는 걸 보면 은총이 아닐 수 없다. … 나는 이런 그의 ‘흔들림’이 아름답고 거룩하게까지 느껴진다. 그리고 이 시대와 한국 교회의 희망을 그의 ‘어수룩한 흔들림’에서 엿보고 싶다.”
▲ 등불교회 장병용목사 | ||
박철 목사는..
그의 관심은 언제나 고난 받는 사람들과 어쩔 수 없이 가난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 있었고, 1985년 뒤늦게 신학교 문을 나온 후 자신의 관념론적인 생각을 자신의 몸으로 실천하기 위하여 농촌현장을 선택하였다. 그때로부터 20년 동안 줄곧 농민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왔다.
박철 목사가 목회에서 발견한 삶의 표지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와 <느릿느릿>이다. 그는 언제나 공동체를 지향하는 삶을 살아왔다. 2004년 10월 박 목사는 농촌목회를 접고 생각지도 않았던 부산 수정동에 위치한 좋은나무교회로 옮겨 가게 되었다. 그가 20년 동안의 농촌목회를 통하여 체득한 삶의 경험을 도시목회에 어떻게 접목하고 꽃피울 것인가는 두고 볼 일이다.
박철 목사는 민족작가회 소속의 시인이며 감리교농촌선교목회자회 전국회장을 역임하기도 하였고, 각종 신문과 잡지에 프리랜서를 글을 연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어느 자유인의 고백』(신어림), 『봄여름가을겨울』(녹두), 『시골 목사의 느릿느릿 이야기』(나무생각), 『행복한 나무는 천천히 자란다』(뜨인돌) 등이 있다. 현재 ‘느릿느릿 이야기’(slowslow.org)를 운영하고 있으며, 아내 김주숙, 아들 아딧줄(호빈) 넝쿨(의빈), 딸 은빈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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