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로미티 여행 - Day 4 라가주오이 Lagazuoi, 라가주오이 산장 (DJI 매빅 프로 동영상/사진) Cinque Torri를 나와 Passo Falzarego의 Lagazuoi 행 cable car를 탑승한다. Cable car 운행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라 그런지, 주차장도 아까 Cinque Torri 가는 길에 잠깐 봤을 때보다 한산해진 것 같고, cable car 탑승한 사람도 별로 없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이 정도 산을 오르는 cable car는 사람들로 북적대어야 정상인데, 이런 텅 빈 cable car는 많이 어색하다. Cable car 승강장 아래에서 Lagazuoi를 바라보면 저곳을 걸어서 올라간다는 것은 별로 상상하기 싫은데 상당히 많은 사람들 (cable car 이용하는 사람보다 많을 듯)이 걸어서 올라간다.
Cable car 탑승 전에 우리가 결정할 일이 한 가지가 있었는데, 편도로 표를 구매할지 왕복으로 구매할지 결정해야 했다. 즉 다음날 걸어서 내려올지 cable car를 타고 내려올지.. 여행 준비하면서 봐둔 trail이 하나 있었는데, Lagazuoi의 세계 1차 대전 터널 trail이다 - 긴 터널을 따라서 내려오는 trail인데, 터널이 가파르고, 중간에 터널을 나와서 절벽을 따라 난 좁은 트레일을 걷는 구간도 있어서 과연 안전할지 걱정스러웠다. 가족들과 논의 결과, 재미있을 것 같으니 일단 걸어서 내려오는 걸로 결정. 올라가서 트레일이 너무 위험해 보이면 그때 내려오는 cable car 표 사서 내려오면 되니까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왕복 표 구매가 편도 x 2보다 훨씬 싸다).
어떤 분 블로그를 보니 트렁크 가방을 들고 라가주오이 산장을 올라가는 분도 있던데 (이러면 상당히 튈 것이다), 우리는 내일 걸어서 내려올 계획이므로, 간단한 필수품만 배낭에 넣어서 올라간다. 오늘의 숙소, 라가주오이 산장 Rifugio Lagazuoi 라가주오이 케이블카 승강장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라가주오이 산장은 Alta via 1 경로에 위치해 있어서 Alta Via 1 트래킹을 하는 투숙객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Alta Via1을 하지 않더라도 숙소의 만족도 (청결도, 음식 등)와 높은 절벽 위에 위치한 위치, 그리고 범접할 수 없는 전망 때문에 인기가 높은 곳이고, 우리처럼 돌로미티 산장에서 1박하는 경험을 누리고 싶은 일반 여행객이 주로 선택하는 산장이기도 하다.
우리처럼 산장의 경험을 위한 1박을 원하는 사람의 선택을 자주 받는 또 하나의 산장은 Tre Cime 전망의 Rifugio Locatelli인데, 우리도 이 둘 사이에 고민하다가 Locatelli 쪽에서 숙박 confirm을 너무 늦게 해주는 바람에 Lagazuoi로 오게 되었다. 숙박 후 느낌은 Locatelli도 좋지만, Lagazuoi는 cable car로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는 장점 (locatelli는 1시간 30분 이상 걸어야 도착)이 있고, 주변의 전망도 훨씬 광활하고 다양하다 (반면 Locatelli는 Tre Cime가 아침 햇살을 받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산장 숙박은 날씨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겠다. 예약해서 산장까지 왔는데 날씨가 흐려서 아무것도 안 보이면 정말 허탈할 것이다.
Rifugio Lagazuoi 예약 관련 정보 Home page: https://www.rifugiolagazuoi.com/indexUK.php 가격 (2017 여름 기준): halfboard (조식, 석식 포함) vs. 숙박, 방 vs. 도미토리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 도미토리: 숙박 1인 30 euro, halfboard 1인 55 euro - 방 (2~4인실): 숙박 1인 42 euro, halfboard 1인 67 euro 예약 방법: Lagazuoi는 online으로 예약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아래 link에서 check bed availability (도미토리), check room availability (방) 선택하면 된다. 방은 2-4인실까지 있다. https://www.rifugiolagazuoi.com/Ing/Prenota/index.php 어느 블로그에서 인터넷 예약은 시간이 많이 걸리니 전화로 하라고 해서 전화를 했더니 인터넷으로 하라고 해서 홈페이지에서 online booking을 했다. 필요한 정보를 기입하고 send form 하면 예약 여부에 다한 답변이 온다 (인내가 필요하다. 최소 1주일 소요). 예약이 되었다는 mail이 오면 안내에 따라 미리 요금을 납부하면 된다 - 요금 납부 과정은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는데 암튼 카드 결제를 했다. Rifugio Lazaguoi- 주변에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돌로미티의 산장은 대부분 산장 안에서 등산화를 신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입구에서 등산화를 벗고 등산화 말리는 곳에 등산화를 둔 후 슬리퍼로 갈아 신고 산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슬리퍼를 무료 혹은 유료로 빌려주는 곳도 있지만 자기 슬리퍼를 챙겨가는 것이 좋겠다.
Rifugio Lagazuoi는 1층에 식당 및 리셉션이 있고, 지하 1층에 도미토리와 등산화 보관 장소, 샤워실이 있으며, 2층은 room이다. 일단 도착하면 지하로 내려가서 신발 갈아 신고 오라고 한다. 지하 1층 - 복도 왼쪽 방이 도미토리이고 오른쪽 문 열린 곳이 등산화 보관소이다 지하 1층의 도미토리는 등산화 보관소까지 있어서 들락거리는 사람 소리 및 당연히 예상되는 smell 때문에 쾌적한 느낌은 아니다. 오후 늦게 등산화 보관하는 곳에 들어갔다가 엄청난 smell에 숨쉬기가 곤란했는데, 다음날 새벽에는 참을만한 정도가 되었다.
그에 반해서 2층 room은 비교적 깔끔하고 조용하고 쾌적하다. 3개의 욕실을 함께 사용한다. 아침 시간이나 저녁 취침 시간 등 사용이 빈번할 시간에는 화장실이 꽉 차있는 경우가 있었다. 방은 작고,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옷장만 있지만, 전기 코드를 꽂을 수 있는 콘센트가 제법 여유롭게 있었다. 음... 와이파이가 되었던 걸로 기억된다. 당연히 냉장고는 없다. 저 창문으로 식당 앞 야외 table 쪽이 보인다. 1 층 식당과 그 앞 야외 table. 2층의 창문들이 room이 되겠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구름이 가득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방에서 짐 풀고 있자니 하늘이 조금 맑아진다. 오전 두 번의 트레킹으로 몹시 피곤해하는 동훈이를 설득해서 밖으로 나왔다. 오늘 다녀왔던 Cinque Torri가 멀리 보인다. 산장의 뒤쪽으로 짧은 등산로를 따라 15분만 오르면 Lagazuoi 정상에 도착한다. 도착했을 때보다 조금 맑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구름이 많아서 일대 풍경을 즐기기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구름이 내 눈앞을 덮었다가 지나가는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다. 정상 뒤쪽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 1차대전 시 austria 군의 이동로라고 표시가 되어 있었다 구름이 지날 때마다 보였다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주변의 산들 열심히 사진을 찍으시던 분 - 모델까지 한 분 데리고 온 것 같았는데.. 대충 구경 끝내고 내려가는 길에, 웬 서양인이 "Oh she's crazy"하면서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절벽 끝에 앉아 있는 집사람이었다. "She's my wife"라고 했더니 사진 찍어도 되냐면서, thrilled 어쩌고 하면서 엄청 호들갑을 떨고 지나갔다. 멀리 Cortina D'ampezzo 쪽의 Sorapis 산으로 추정되는 산이 보이고, 바위 언덕 끝에 터널처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처음엔 이곳이 Lagazuoi galleria 혹은 Lagazuoi tunnel이라고 불리는 우리가 다음날 내려갈 터널의 입구인 줄 알았는데, Lagazuoi galleria는 케이블카 승강장 아래쪽에 따로 있었다. 날이 좀 흐리긴 하지만, 그래도 드론을 날려봤다. Rifugio Lagazuoi와 절벽 끝에 걸터앉기를 즐기는 집사람 드론으로 찍은 가족사진. 생각보다 각도랑 구도를 잡기가 쉽지 않다. 맘 같아서는 절벽의 모습과 함께 아찔한 느낌의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숙소에 들어와서 조금 기다렸다가 식사 시간에 맞춰서 식당으로 내려왔다. 투숙객 대부분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듯하다. 도미토리는 주로 젊은 친구들이 이용하는 듯했고, 이미 서로 친해졌는지 엄청 시끄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Table은 대략 6인 table이 기본이라서 다른 분들과 함께 앉아야 하고, 투숙객마다 앉을 table이 정해져 있다. 우리는 프랑스인 1명과 호주인 아저씨 2명과 함께 앉았다. 잘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걸 별로 즐기지 않는데, 외국인이기까지 해서 좀 불편했다. 우리랑 같이 앉은 세명은 산장에서 숙박하면서 trekking 여행 중이라고 했는데, 내 옆의 프랑스 아저씨는 3일째인데 호주 아저씨들은 5일째라고 하는 걸 봐서 이들도 일행은 아닌 듯했다. 암튼 어색한 대화를 약간씩 나눴다. 이곳도 물을 포함한 음료는 따로 주문해야 하고, 우리는 와인과 콜라를 주문했다.
빵이 먼저 나오고 두 가지 dish가 나온 후 후식이 나오는데, 음식 나오는 시간 간격이 엄청 길어서 식사 시간이 2시간 이상 걸린다. 음식은 괜찮은 편. 리소토, 라비올리, 굵은 면 스파게티 - 모두 맛있었는데 특히 리소토가 이렇게 맛있는지 처음 알았다. Meat라고만 설명하고 나눠준 음식. 괜찮았는데, 접시마다 고기의 크기가 달랐다 - 내 옆에 앉은 프랑스 아저씨는 고기 직경이 내 거 2배였다. 물로 뼈의 직경도 2배였지만. 엄청 양이 많았는데, 이 아저씨는 다 먹고 뼈 골수까지 파먹더라. 사실 이것이 마지막이었는지 알 수 없다. 후식이 나왔을 때가 이미 9시가 넘은 시간이라 옆에 앉아 있던 아저씨들은 먼저 일어나고, 집사람도 그만 먹겠다고 일어나고, 동훈이랑 둘이 앉아 있다가 우리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자리에 앉아 있었던 걸로 보아 이 뒤에도 과일이나 케이크 등 뭐가 더 나왔을 것 같다. 하지만 이미 배가 너무 불렀다.
식사를 마치고 동훈이는 일찌감치 잠이 들고, 나는 집사람이랑 한국에서 다운로드해온 영화를 좀 보다가 잤다. 식사가 끝난 후 잠깐 밖에 나가봤더니 온통 구름으로 가득해져 있었다. 잠들기 전 11가 좀 넘은 시간에 담배 피우려고 밖에 나갔다가 무척 unique 한 경험을 한 가지 하게 된다. 앞은 약간 뿌연 것으로 보아 옅은 구름이 낀 것 같은데, 하늘에는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런데 내 발밑 valley 쪽에서는 천둥과 번개가 치고 있었다. 아마 다시 하기 힘든 경험이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