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28. 07:23ㆍ좋은 글, 영화
'드러시크로스'의 세입자 록우드는 주인인 히스클리프를 만나기 위해 '워더링 하이츠'로 찾아가지만 히스클리프는 그다지 반기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 밤이되자 눈보라가 몰아쳐 잘 곳을 찾던 그는 저택의 하녀에 의해 주인이 아무도 들이지 못하게 한다는 2층 외딴 방으로 안내받는다. 거기서 캐서린이라는 이름은 같은데 성이 다른 3개의 이름(캐서린 언쇼, 캐서린 히스클리프, 캐서린 린튼)이 낙서된 선반을 살피다, 우연히 어린 캐서린(캐서린 언쇼)의 일지가 여백에 낙서된 책을 읽게 된다.
잠깐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을 때 그는 폭풍우가 치는 바깥쪽에서 전나무 가지가 창문에 부딪치는 요란한 소리를 멈추게 하기 위해 창문의 쇠고리를 벗기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자 주먹으로 창 유리를 깨고 팔을 내밀어서 전나무 가지를 잡으려 하자 어린 캐서린 언쇼의 유령의 얼음처런 싸늘한 손이 팔을 움켜잡는다.[3] 소녀의 외형을 한 캐서린 언쇼의 유령은 '20년 동안이나 헤매다녔다' (I've been a waif for twenty years!) '집으로 들어오게 해달라' (Let me in!)고 애원한다. 록우드가 겁에 질려 소녀 유령을 매몰차게 거절하고 있을 때[4] 집주인 히스클리프가 들어온다. 록우드에게 유령에 관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히스클리프는 그에게 화를 내며 방에서 나가게 한다. 그리고는 창문을 열면서 이미 사라져버린 캐서린의 유령에게 제발 안으로 들어오라며 흐느껴 운다. 이를 숨어서 지켜보던 록우드는 잔인하고 무뚝뚝하며 강해보이던 집주인의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다음날 세든 집으로 돌아간 그는 가정부인 넬리 딘으로부터 폭풍의 언덕에서 있었던 일들을 듣게 된다.
20여년 전 리버풀에 갔던 언쇼 씨는 고아로 길거리에서 굶어 죽어가던 아이를 데려와 어려서 죽은 아들 히스클리프의 이름을 붙이고 양자처럼 기르기로 한다. 히스클리프는 언쇼 남매와 함께 자라면서 캐서린과는 친밀해지지만 힌들리와는 사사건건 충돌한다. 언쇼 씨는 친아들인 힌들리보다 히스클리프를 더 아꼈기 때문에 이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었다. 마침내 힌들리는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폭풍의 언덕을 떠나 도시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그 후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사랑에 빠진다.
언쇼 씨가 죽자 힌들리는 아내 프랜시스를 데리고 돌아와 워더링 하이츠를 차지하고는 히스클리프를 하인처럼 학대한다. 어느 날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린튼 집안의 드러시크로스 저택을 들여다보다가 경비견에게 쫓기는데, 이 과정에서 개에게 물린 캐서린만 그곳에서 지내게 되고 히스클리프는 도로 쫓겨난다. 상처가 나아서 돌아온 캐서린은 이전과 다르게 숙녀처럼 변했고 하인이 된 히스클리프[5]를 피한다. 한편 린튼 가의 아들 에드거 린튼은 캐서린을 사랑하게 되었다. 힌들리는 원래부터 몸이 좋지 않았던 프란시스가 아들 헤어튼을 낳은 지 얼마 안 되어 죽자 더욱 더 성격이 비뚤어지고 술과 노름에 빠져지낸다. 학대받고 잊힌 헤어튼은 넬리[6]가 도맡아 기르게 되고 집안은 더욱 막장으로 변해간다.
이 와중에 캐서린은 집에서 친하게 지내던 넬리에게 에드거와 결혼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히스클리프와의 사랑은 영원한 바위와 같고 에드거와의 사랑은 변하기 쉬운 식물과도 같지만 아버지의 재산을 모두 장남이 물려받게 되는 사회에서 오빠에게 학대받는 히스클리프를 지키기 위해서는 린튼 집안의 재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한편 이 대화를 숨어서 지켜보던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이 에드거와 결혼한다는 이야기까지만 듣고는(즉 캐서린이 히스클리프에 대한 나의 사랑은 영원한 바위와 같다고 한 부분은 못 듣고 나가버렸다) 바로 집을 떠나버린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캐서린이 황급히 그를 찾아 나서지만 이미 그는 떠나고 없었다. 캐서린은 밤새도록 그를 찾다가 비를 맞고 열병에 걸린다. 겨우 완치된 후 그녀는에드거 린튼과 결혼한다.
2년이 지나고 안주인이 없어 엉망으로 변한 워더링 하이츠 저택에 히스클리프가 돌아온다. 히스클리프는 노름으로 저택을 비롯한 힌들리의 재산 모두를 빼앗고 힌들리의 아들 헤어튼을 학대하는 한편 에드거 린튼의 여동생 이사벨라 린튼을 유혹해 린튼 집안의 재산을 노린다. 캐서린은 이 모든 것이 자신에게 복수하기 위한 히스클리프의 계략임을 알고 그를 질타하지만 히스클리프는 그를 인정하면서도 결국 이사벨라와 결혼한다. 결국 캐서린은 자기 때문에 복수의 불꽃에 휩싸인 두 집안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이전에 겪었던 열병이 재발하게 된다.
거의 죽음의 문턱에 도달한 캐서린이 히스클리프에게 자신을 용서해 달라고 하자 그는 자신을 죽게 한 사람[7]은 용서하겠지만 그녀를 죽인 자들은 용서할 수 없다면서 캐서린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고백한다. 몇 시간 후 캐서린은 딸을 낳은 다음 죽고 숲에서 저택을 바라보던 히스클리프는 넬리에게 이 소식을 전해듣는다. 넬리는 캐서린에 대한 그리움으로 울부짖는 그를 뒤로 하고 드러시크로스로 돌아간다.
한편 에드거는 딸의 이름을 사랑하는 아내의 이름을 따서 그대로 캐서린이라 짓고 평생 아내만을 사랑하고 아내를 그리워하며 혼자 산다.[8] 히스클리프의 유혹에 빠져 히스클리프를 따라 야반도주했던 이사벨라는 히스클리프의 냉대와 학대에 괴로워하다가 마침내 워더링 하이츠에서 나와 도망친다. 그녀는 런던에서 히스클리프의 아들을 낳아 린튼이라고 이름짓는다.
이후 다시 십여 년이 지난다. 에드거와 죽은 캐서린의 딸 캐서린은 아버지에게 사랑받으며 자랐고 언제나 워더링 하이츠 쪽으로 가는 것을 저지당하는 것에 의문을 가진다. 한편 이사벨라가 죽자 에드거는 그녀의 아들 린튼을 드러시크로스로 데려오는데 이것이 히스클리프에게 발각된다. 히스클리프는 자기 아들을 돌려달라고 하고 린튼은 할 수 없이 폭풍의 언덕으로 떠난다.
수 년 뒤 캐서린은 외출 중 히스클리프를 만나고 린튼의 일을 미끼로 워더링 하이츠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린튼을 이용한 히스클리프의 계략이었고 캐서린은 감금당해 억지로 린튼과 결혼한다.[9] 아버지 에드거가 죽고 난 후 캐서린은 드러시크로스 저택과 그 밖의 재산을 상속받으나 이는 억지로 결혼하여 남편이 된 린튼에게 귀속된다.[10] 그러나 린튼은 타고난 허약체질이었기에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마침내 워더링 하이츠 저택과 드러시크로스 저택, 그리고 두 가문의 모든 재산이 히스클리프의 손에 들어간다. 이로써 히스클리프의 복수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이 이야기를 들은 록우드는 곧 드러시크로스를 떠났다가 후일 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몇 개월 후 다시 워더링하이츠로 돌아온다. 다시 만난 넬리는 히스클리프가 이미 죽었으며 그의 재산은 모두 힌들리의 아들 헤어튼 언쇼에게 상속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이전에 히스클리프에게 학대를 받으며[11] 자랐던 헤어튼은 오히려 그를 아버지처럼 생각하고 대했으며 처음에 반항하던 캐서린 역시 헤어튼의 영향으로 인해 히스클리프와 별다른 불화 없이 지냈다고 한다. 히스클리프 역시 캐시와 헤어튼에게 문득문득 보이는 캐서린의 흔적 때문이었는지 그들에게 더 이상 복수심이나 증오심을 가지고 대하지는 않았던 듯하다. 오히려 그는 행복해 보였다고 한다. 언젠가부터 식사도 하지 않았고 밤에는 늘 캐서린의 무덤으로 가서 지냈으며 낮에도 그녀의 유령을 보는 듯한 암시가 있다.[12] 그리고 넬리에게 유서에 대한 말도 언급한다.
그러던 어느 날 폭풍우가 내리치던 저녁에 히스클리프는 죽는다.[13] 그리고 함께 지내던 헤어튼과 캐서린은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으며 다음 해 1월 1일에 결혼해서 워더링 하이츠를 떠나 드러시크로스로 옮길 것이라고 넬리는 말한다.
그런데 폭풍의 언덕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히스클리프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넬리는 유령을 보진 못했지만 어느 날 밤 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한 양치기 아이가 양들과 같이 겁에 질려 길 한복판에서 멈춰서 울고 있었던 걸 보고 가서 도우려 했더니 그 아이는 길 끝에 히스클리프 씨가 어느 소녀와 같이 있는 게 안 보이냐면서 무섭다고 하소연했다. 넬리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이에게 다른 길을 가르쳐주고 계속 가던 길을 갔지만 이후로 그녀도 정말 뭔가가 나올까 무섭다면서 결국 그녀도 여기를 떠난다고 말을 한다.
록우드도 떠나기로 결심,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 묻힌 무덤을 바라보면서 '이런 고요한 곳에 편히 잠들어 있는 영혼이 왜 떠돌겠는가' 라며 중얼거리고 떠나면서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