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휴양지라는 게 있을까. 누가 이렇게 묻는다면 주저않고 "그렇다"고 하겠다. 나폴리·카프리·아말피·포지타노 등 세계적인 휴양지를 품은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Campania)주가 바로 그런 곳이라고까지 선뜻 답하겠다. 화창한 날씨와 짙푸른 바다는 물론이요, 아기자기한 상점이 이어진 골목길, 양질의 식재료로 만든 맛좋은 음식까지. 지난 6월 캄파니아를 여행하면서 휴양 도시에 바라는 모든 것을 만끽했노라고 설명하겠다. 그리고 설득하겠다. 인생에 꼭 한번 방문할 만한 여행지이며, 만약 그곳에 가게 된다면 이 다섯 가지는 꼭 체험하라고 말이다. 강권하는 캄파니아 ‘버킷 리스트 5’를 여기 풀어본다.
세계적 휴양지 캄파니아주 버킷리스트5
아말피 코스트 드라이브 즐기고
나폴리에선 인생 치즈 맛보기
돌멩이 마저 예쁜 포지타노
쇼핑템 가득한 아말피도
폼페이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캄파니아는 왼편으로는 이탈리아의 ‘서해’ 테레니아해를, 오른편으로는 이탈리아의 '백두대간' 아페니노 산맥을 접하고 있다. 평야가 1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구릉과 산지로 채워졌다. 험준한 산이 많아 캄파니아 사람들은 예부터 마을과 마을 사이를 배로 이동했다.
캄파니아 해안선을 잇는 해안도로는 1807년에 이르러서야 착공됐다. 소렌토에서 아말피까지 이어진 2차선 도로가 163번 국도다. 해안선 이름을 따 ‘아말피 코스트’로 부른다. 40㎞에 불과한 해안도로는 완공하기까지 47년이 걸렸다. 길 1㎞ 뚫는 데 1년씩 걸린 셈이다.
여행자는 소렌토에서 렌터카를 빌리거나, 시외버스를 타고 아말피 코스트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이탈리아 남부로 향하는 여행상품을 이용하면 대개 아말피 코스트는 빠짐없이 들른다. 소렌토에서 아말피까지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달리는 데 편도 1시간 30분 정도 걸리지만 중간 중간 전망을 감상할 만한 포인트가 많으니 여정을 여유롭게 짜는 게 좋다.
포지타노는 아말피 코스트에 속한 11곳의 해안마을 중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다. 해안절벽에 다닥다닥 붙은 알록달록한 집이 절경을 연출해주는 덕분이다. 절벽을 따라 시원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카페와 음식점이 여럿이다.
보통 한국 여행자의 포지타노 여정은 마을 꼭대기에서 바닷가까지 이어진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걸어 내려오는 게 전부다. 하지만 포지타노의 매력은 이 골목보다는 바다에 있다. 바다에서 포지타노를 올려다보면 절벽이 바다로 쏟아지는 듯한 새로운 전망이 펼쳐진다.
포지타노 해변을 걷다보면 거무스름하고 흰 돌멩이 사이에 색색의 돌멩이가 눈에 띌 거다. 돌멩이의 정체는 마모된 타일. 포지타노 사람들은 여름철이면 섭씨 40도까지 오르는 뜨거운 날씨 때문에 실내 벽과 바닥을 시원한 타일로 꾸미고 산다. 마욜리카(maiolica) 도기로 부르는 건축 타일인데, 건축물의 옷을 갈아입히듯 해마다 장식된 타일을 갈아 낀다. 헌 타일은 보통 바다에 흘려보내기 때문에 파도에 깎여 부드럽게 깎인 타일 돌멩이가 포지타노 앞바다에 가득하다. 타일 돌멩이를 주워 액자를 만드는 체험 상품이 있을 정도다. 무늬가 멋스러운 타일 돌멩이를 여행 기념품으로 삼아도 좋다.
아말피 코스트는 캄파니아 해안마을 최대 도시 중 하나인 아말피에서 이름을 따왔다. 아말피에 사람과 물자가 몰렸던 건 다른 해안마을과 달리 아말피가 ‘평지’이기 때문이다. 물자를 나르기 쉽고, 집과 건물이 들어설 만한 여유가 있었다. 운송비와 건물 임대료가 적게 드는 덕분에 아말피는 지금도 이탈리아 남부에서 물가가 가장 저렴하다. 포지타노와 비교하면 음식이나 기념품 값이 10~20%는 싸다. 쇼핑 여행지로 적격이라는 뜻이다.
아말피에서 살 만한 추천 아이템은 레몬으로 만든 비누와 방향제다. 레몬은 이탈리아 남부의 특산품으로 십자군 전쟁 중 중동에서 들여왔다. 이탈리아 남부 사람들에게 레몬은 생활 필수품인데, 멀미도 급체도 기력저하도 모두 레몬으로 해결한다. 레몬 사탕은 기념품으로 인기있다. 로마 등 관광도시에서는 1㎏에 15유로. 아말피에서는 10유로쯤 한다. 레몬껍질로 만든 식후주 리몬첼로도 사올 만하다. 750㎖ 한 병에 5~6유로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좀 더 특별한 쇼핑품목을 찾는다면 아말피 수제 종이도 있다. 아말피는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종이가 만들어졌던 도시다. 13세기 중동 상인이 종이 제조법을 전파했다. 아말피 수제 종이는 이탈리아 전역에서 품질을 인정받아 지금도 바티칸 교황청에서 서신을 보낼 때 사용된다. 마을 중심부 두오모 광장 부근에 아말피 종이로 만든 지도, 편지지 등을 파는 가게가 있다.
‘나폴리를 보고 죽으라’는 이탈리아 속담이 있다. 미항(美港) 산타루치아와 코발트색 바다가 어우러진 나폴리의 풍경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뜻일 게다. 하지만 나폴리를 여행하고 나서는 속담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폴리에서 먹고 죽으라’고 말이다.
나폴리에서 맛봐야 하는 음식으로 첫 손에 꼽히는 게 피자다. 1984년 창설된 나폴리피자협회는 ‘나폴리 피자’의 조건을 몇 가지 정해두고 있다. 손으로 반죽한 도우를 쓸 것, 화덕에 구울 것 등이다. 특히 치즈와 토마토만큼은 이탈리아산을 써야 ‘오리지널 나폴리 피자’로 말할 수 있다고 못 박고 있다.
나폴리피자협회가 천명하는 것처럼 나폴리 피자의 맛은 식재료가 좌우한다. 나폴리가 속한 캄파니아주는 이탈리아 토마토 최대 생산지로 연간 150만t의 토마토가 수확된다. 뜨거운 태양을 받고, 해풍을 맞고 자란 캄파니아의 토마토가 나폴리 피자의 감칠맛을 돋운다. 나폴리의 어느 피자집이든 수준 이상의 음식을 내놓지만, 명성 있는 가게를 가고 싶다면 플레비시토광장 부근의 피제리아 브란디(Pizzeria Brandi)로 향하자. 마르게리타피자(바질·토마토·치즈만 넣은 피자, 9유로)의 원조집이다.
나폴리는 토마토뿐 아니라 치즈도 특별하다. 캄파니아는 산지가 많아 젖소 대신 물소를 길렀는데, 물소 젖으로 만든 치즈가 젖소 우유로 만든 치즈보다 외려 풍미가 좋았다. 물소 젖으로 만든 치즈가 바로 ‘모차렐라 디 부팔라 캄파니아’다. 물소 젖 치즈는 유통기한이 2~3일에 불과해 방부제를 넣지 않은 신선한 치즈는 이탈리아에서도 캄파니아가 아니면 맛보기 힘들다. 산타루치아 항 근처 안토니오&안토니오(Antonio&Antonio)에서 사람 얼굴만한 그란데 사이즈(500g)의 모차렐라 치즈로 만든 샐러드(13.5유로)를 판다. 많은 이들이 ‘인생 치즈’라고 꼽는 메뉴다.
1890년 개장한 카페 감브리누스(Gambrinus)에서 파는 달콤한 에스프레소(2.5유로)도 나폴리를 상징하는 맛 중 하나다. 진한 에스프레소에 초콜릿 가루를 뿌려준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독일 메르켈 총리도 다녀갔는데, 그들이 사용한 잔을 씻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