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내내 비가 내리더니 숙소가 있는 Santa Christina에 도착하니 비가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한다. 여행 6일째 숙소는 돌로미티의 Val Gardena 지역에 속하는 작은 마을인 Santa Christina의 Residence Boe. Check in은 바로 인근의 Selva di Val Gardena에 있는 Hotel Antares에서 해야 한다. 열쇠를 받아서 인근 마트에 들러서 장보고 숙소에 도착했다. 돌로미티 여행 동안 한국 분을 두 팀 만났었는데, Tre Cime 하이킹 때 남자 두 분 - 그분들이 '우리 동포 오랜만에 보네'라고 해서 북한 분들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했다 - 그리고 이곳 숙소에서 한국인 가족을 만났다. 미니밴에 어르신들 모시고 두 가족이 함께 여행하는 것 같았다.
길 끝에 보이는 건물이 Residence Boe
베란다가 없는 방이라서 좀 아쉽기는 했지만, 호텔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끝내준다. Sass Lungo, Sass Piatro와 그 아래의 폭포. 주방도 있어서 직접 요리를 해 먹을 수도 있는 가성비 높은 호텔이다.
창밖 풍경
저녁 식사는 쇠고기 스테이크, 소시지, 치즈, 그리고 토마토 바질소스 라비올리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니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하늘이 맑아졌다. 아직 날도 밝아서 숙소 주변 산책을 나선다.
우리 숙소 주변에 꽤 고급진 호텔들도 있었다. 건물 옥상에 사우나가 있는 호텔까지...
Saint Christina는 앞으로는 Sass Lungo, Piato 뒤쪽으로는 Seceda 사이의 valley로 언덕을 따라서 작은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숙소가 늘어선 언덕길을 조금 올라오면 Seceda까지 갈 수 있는 하이킹 트레일이 나온다.
S. Christina 마을
언덕을 조금만 오르면 넓은 풀밭이 펼쳐진다. 비가 그치고 난 하늘은 푸르고, 잔디는 햇살이 빛나고, 더없이 맑고 상쾌하다.
멀리 보이는 Sella 산군
인기 있는 trail은 아니다 보니 우리 말고는 사람도 없고, 넓은 들판 위에는 야생화가 활짝 피어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려서 우울했던 기분을 한꺼번에 보상받기에 충분하다.
Sass Lungo, Piato
Sella 산군
이 집 좀 무섭다. 얼마 전 본 Anabelle 생각남
숙소 근처 구경한다고 가볍게 나왔는데, 40-50분쯤 걸었나 보다. 꽤 언덕 위로 올라와서 Sass Lungo의 아랫부분까지 눈에 들어온다.
Sass Lungo의 서쪽 편은 Alpe di Siusi이다. 저 바위산 너머에 광활한 초원이 펼쳐진다.
큰 주차장이 있었던 곳. 여기서 왼쪽 길로 쭉 올라가면 Seceda까지 갈 수 있다. 동훈이는 뭐 하는지..
어느덧 해는 서쪽 지평선에 걸려있고, 돌로미티의 바위산은 서쪽의 저녁 햇살을 밝아 노르스름한 빛깔을 띤다. 해 뜰 때와 해질 때 낮은 햇살을 받은 돌로미티의 산은 낮에 볼 때와는 다른 빛깔을 보인다.
이날 밤 돌로미티에 와서 처음으로 별이 반짝이는 맑은 하늘을 만났다. 돌로미티의 암봉들과 별을 함께 촬영하고 싶어서, 어두운 밤 삼각대와 카메라를 챙겨서 차를 타고 밖으로 나왔다. 저녁때 갔었던 트레일의 끝부분에 주차장이 있어서 이곳에서 촬영할 생각이었는데 (주변에 집도 없어서 집광 없이 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내려와보니 마을을 통과해서 올라가는 길이 저녁 8시 이후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쉬운 마을에 우리 숙소 아래쪽에서 몇 장 허접한 야경 촬영을 마치고 올라와야 했다.